나는 개발자로서 상위 몇 %에 해당할까
예전 직장 상사분이 했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최소 TOP 10 안에 들어간다."
내가 좀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상사분을 바라봤더니,
"그 정도의 자신감을 가져야 된다는 의미다."
라고 풀어서 말씀하셨다.
고등학교 때까지 전교 1, 2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나랑 짝지여서 옆에 있으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 친구는 나중에 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로 입학하였다.
나도 그 친구처럼 잘 하려고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도서관도 같이 다녔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점수대 자체가 달랐다.
모의고사로 전교 7등까지 해본 것이 나의 한계였다.
또 한 번은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학교 동기인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김연아를 보면 시기 질투가 일어나고 부러움 때문에 잘 보지 않는다."
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
"아니 어떻게 전교 1등인 사람을 바라보고 사냐고."
짧은 한 마디였지만 머리 뒤통수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사회 생활 하면서도 전교 1등이 되고자 했다.
흔히 말하는 상위 1퍼센트에 들어가고 싶었다.
개발 경력 10년이면 진짜 풀스택으로 빨리 개발할 수 있는 중요한 개발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막상 10년차가 되어보니까, 배워야 할 것들이 쏟아진다.
회사에서 쓰고 있는 기술들도 버거운데 집에서 또 따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거다.
한 마디로, 상위 몇 퍼센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과연 잘 했다고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나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이제 개발자가 개발만 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이다.
프레임워크는 넘쳐나고 점점 프로그래밍 입문 장벽이 많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실력 하나로는 부족하다.
차라리 개발을 좀 못 하더라도 기획 센스가 있어서 서비스, 게임, 앱 등을 잘 개발하는 것이 개발자의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기획 센스는 회사에서 장착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은 기획 파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해 많은 부분들이 단순히 개발만 하는 코드만 짠다면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기획 센스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엔진을 개발하는 회사로 입사해서 좀 더 전문가 다운 개발자로 남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